〈미생〉 이후 10년, 직장인은 더 불안하고 불행해졌다
“직장인이 월급하고 승진 빼면 뭐가 있겠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 드라마 〈미생〉(2014)에서는 직장인들의 속마음을 이렇게 정의했다. 적성도 꿈도 없이 그저 직장에서 더 높은 자리와 더 큰 보상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처지에 많은 직장인이 슬픔과 공감을 표시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직장인들의 처지는 더욱 기구해졌다. ‘완생’을 노리기는커녕 ‘생존’ 자체가 지상 최대의 목적이 되어가고 있다. 오 차장도 김 대리도 없이 모두가 장그래가 된 셈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디지털 전환의 폭풍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대이직 사태의 소용돌이를 지나왔다. 뒤를 이어 장기적인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풍랑 속에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인재 정책은 점점 더 보수적으로 전환되는 중이다. 여기에 AI 기술의 폭발적 발전은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직장인의 경제활동 기간이 짧아지는 문제 역시 심각하다. 2012년 무렵 평균 53세였던 퇴직 시기는 2022년이 되면서 무려 49.3세로 짧아졌다. 한국 직장인들의 평균적인 첫 취업 나이가 30세를 넘긴 것이 2018년 무렵이니, 이제 직장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시기는 2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만약 지금 다시 〈미생〉과 같은 드라마가 나온다면 위 대사는 이렇게 바뀌어야 할 참이다.
“직장인이 정년 채우는 거 말고 뭘 더 바랄 수 있겠냐?”
30대의 직장생활이 남은 30년을 결정한다.
정년까지 그저 수입을 위해 직장을 다니는 모습은 수동적 삶의 끝에 위치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직장인의 바람직한 모습은 ‘직장인당자강(職場人當自強)’, 즉 회사 앞에 늘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직장인이 되려면 마땅히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자신을, 그리고 커리어를 강화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 저자는 특히 ‘목표의 설정’과 ‘전문성의 축적’을 든다.
저자는 이제까지 직장인들의 경력 데이터를 검토해보았을 때,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 직장인들의 경력이 달라지는 데에는 ‘30대에 경력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서 전문성을 쌓기 시작했는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직장인은 때마다 눈앞의 이익과 편리에 따라 경로를 바꾸고, 그러다 보면 일관성과 전문성이 뚜렷하지 않은 경력을 갖게 된다. 이는 기업이 가장 기피하는 구직자 유형 가운데 하나다. 반대로 목표를 분명하게 세운 직장인은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과 대표성을 갖추어나간다. 지식과 경험과 정보를 축적하여 역량을 강화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간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은 『승자독식 사회』(2008)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식사회에서 뚜렷한 가치가 있는 능력과 기술을 가지지 못하면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바꿔 말하면 뚜렷한 가치가 있는 능력과 기술을 가진 직장인은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직장인의 자기 브랜드이며, 자기 브랜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리어 자산이 된다. 정년이나 회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오직 헤드헌터만이 줄 수 있는 적확하고 실제적인 조언
커리어케어는 20여 년의 업력을 가진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다. 저자는 커리어케어를 통해 탤런트 비즈니스를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커리어 목표의 설정과 경로 설계, 승진과 연봉 협상 비법, 이직의 타이밍과 면접의 기술, 조직 적응과 개인의 브랜딩까지 직장인이 자신의 커리어를 강화하는 방법을 폭넓게 이야기한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이 헤드헌팅회사와 그 데이터로부터 출발한 책이라는 사실이다. 헤드헌터는 기업과 구직자의 사이에 위치하며 양자의 필요와 요구를 조율하여 만족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책에는 바로 그러한 중간자적 입장에서 양자의 관점을 균형 있게 조망하여 도출한 조언이 실려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과 답변들이다.
Q. 여러 곳에서 일한 경력이 나의 다양한 쓸모를 어필하기에 도움이 될까요?
A. 기업의 인사 담당자나 헤드헌터들은 잦은 이직 이력이나 다양한 부서에서의 근무 경험은 충실함과 전문성의 부재로 판단합니다.
Q. 내가 이직하려는 이유를 잘 설명하면 합격할 가능성이 커질까요?
A. 내가 이직하고자 하는 이유만큼이나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하는 것은 ‘기업이 나를 뽑아야 할 이유’입니다.
Q. 면접을 볼 때마다 면접관이 무슨 약점을 붙잡고 늘어질지 몰라 자꾸만 긴장하게 됩니다.
A. 면접은 떨어뜨리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더욱 적합한 사람을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면접관을 겁내기보다는 면접관에게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주려고 노력하면 결과가 좋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Q. 내 약점을 보완하면 몸값을 높이고 승진할 수 있을까요?
A. 기업이 원하는 것은 결점이 없는 사람보다는 강점이 뚜렷하여 쓸모와 결과가 확실한 사람입니다.
Q. 올해에 성과를 잘 내면 내년에 승진할 수 있을까요?
A. 일시적 성과에 대한 보상은 성과급입니다. 더 높은 자리는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고 하나의 조직을 이끌 자질이 있는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이처럼 저자는 직장인이 기업을 보는 관점만이 아니라 기업이 직장인을 보는 관점까지 균형 있게 제시함으로써 직장인이 흔히 생각하는 상식과는 다른, 본질을 통찰한 메시지를 책 속에 가득 담아내고 있다. 오직 헤드헌터만이 줄 수 있는, 적확하고 실제적인 조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레벨 업 강한 커리어』가 담은 메시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금 당장 커리어 자산을 축적하라”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직장인이 명확한 커리어 목표를 설정하고서 전문성과 역량을 축적해나간다면 생존을 걱정하는 단계를 넘어 탁월한 가치를 지닌 경력을 쌓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비게이션에는 실패라는 개념이 없다. 운전을 하다 길을 잘못 들면 내비게이션은 즉시 그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경로를 찾아준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이 든 사람들이 자주 “내가 10년만 젊었어도”라고 말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이상 누구에게나 ‘지금이 가장 젊은 시기’다. 즉 나의 커리어를 강하게 만들 가장 최고의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의미다.
『레벨 업 강한 커리어』는 커리어의 레벨 업, 인생의 레벨 업을 꿈꾸지만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나의 커리어를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그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믿음으로 지금 당장 경력 목표를 설정하고 커리어 자산을 쌓기 시작해보자.